신장식 예스치과 원장

“제발 살려주세요.”

“지금 상황은 도저히 살려 쓸 수 있지 않아요. 이미 뼈가 모두 주저앉았어요.”

“그래도 선생님이 살려주셔야지요.”

하루에도 몇 번씩 일어나는 환자와의 대화입니다. 잇몸뼈가 치아를 전혀 지탱해 주지 못할 정도로 녹아버려 치아가 사정없이 흔들리지만, 환자는 약간 흔들리는 정도라며 이를 뽑으려 하지 않습니다.

“이쪽으로 안 씹으면 안 아프니 일단은 그냥 두렵니다.”

대화의 끝은 저의 생각과는 다르게 결론이 납니다.

“그래도 내 치아가 최고라고, 가능하면 자기 치아를 유지하는 것이 제일 좋다고 했어요.”라고 하시며 체어에서 일어나십니다.

오늘은 잇몸뼈가 주저앉아 흔들리는 치아를 발치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설명 드리려고 합니다.

첫째 치아가 씹는 기능을 충실히 하기 위해선 치아의 뿌리를 잡고 있는 치조골의 상태가 중요합니다. 치조골이 튼튼해야 씹을 때 발생하는 큰 압력을 버텨낼 수 있습니다. 일정 부분 이상의 치조골 소실이 일어나면 치아는 흔들림이 생기고 씹는 힘을 견디지 못해 저작 시 우리한 통증을 나타내게 됩니다. 잇몸치료를 통해 잇몸의 염증은 완화 시킬 수 있지만, 무너진 잇몸뼈는 다시 회복할 수 없기에 저작 시 통증은 해결할 수 없습니다.

둘째 환자분들은 씹지 않으면 아프지 않으니 그냥 유지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치아의 가장 큰 역할이 무엇일까요? 씹어 먹는 기능인데 씹지 않는 치아가 존재 이유가 있을까요? 오히려 씹을 때 통증이 나타나는 치아가 있는 쪽은 전혀 씹는 기능을 하지 못해 한쪽으로만 씹는 습관을 만들어 턱관절 질환을 만드는 원인이 될 수도 있습니다.

셋째는 잇몸뼈의 소실이 지속적으로 진행될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뼈는 살아있는 조직입니다. 지속적으로 생성과 흡수를 반복하며 현재의 모양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지요. 그런데 잇몸에 염증을 일으킨 문제의 치아를 그대로 방치하면 잇몸뼈는 계속 흡수가 일어나게 되고 결국은 다음 처치인 임플란트를 더욱 어렵게 만들 것입니다.
 

사진 왼쪽은 2017년 12월, 오른쪽은 2021년 3월의 잇몸뼈 상태.오른쪽과 같이 뼈 파괴가 많이 일어난 경우는 이를 뺄 수밖에 없습니다.
사진 왼쪽은 2017년 12월, 오른쪽은 2021년 3월의 잇몸뼈 상태.오른쪽과 같이 뼈 파괴가 많이 일어난 경우는 이를 뺄 수밖에 없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치료의 패러다임도 바뀝니다. 예전에는 발치 후 치료방법으로 틀니가 주로 선택되었습니다. 아무래도 틀니가 자기 치아만큼 편하지 못하니 조금이라도 자기 치아를 더 유지하려고 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요즘은 임플란트라는 치료를 조금 더 잘할 수 있는 환경에서(물론 임플란트를 하기 위해 이를 뺀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빨리 발치를 결정하는 것이 필요하기도 합니다.

넷째 치과의사 선생님들이 회복 가능한 치아를 뽑지는 않을 것이라는 믿음입니다. 치과의사는 치아를 유지하기 위해 일하는 사람이지 치아를 뽑기 위해 일하는 사람이 아니라는 아주 기본적인 믿음 말이죠. 의료 행위는 환자와 의사 간에 믿음이 전제되지 않으면 좋은 결과를 얻기 어렵습니다. 만약 여러분이 만난 치과의사가 신뢰 되지 않는다면 다른 치과의사의 소견을 받아 보는 것도 좋은 선택일 수 있습니다.

‘지나간 버스에 미련을 두지 말라’ 고하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버스가 지나간 후(이를 뽑고 난 후) 어떤 방법으로 목적지에 도착할지를(어떠한 치료가 필요할지) 같이 고민하는 것이 더 좋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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